본문 바로가기

함께 살아요/꼬꼬

두달 반 된 병아리들


2011년 5월 21일에 태어나 두달 반 된 병아리들 색이 점점 진해지고 있다. 지인들이 주신 토종 닭 사이에 나온 병아리들이다.

병아리들이 수박 껍질을 쪼고 있는 동안 열심히 보초를 서고 있는 수탉. 11마리의 병아리와 암탉을 거느리고 열심히 울어댄다.



언제까지가 병아리이고, 언제부터가 닭일까?
 
개인적으로 강아지의 경우는 한달 반까지가 어린이라고 여겨진다. 그 때 쯤 분양을 하기 때문.
그리고 세 달되었을 때가 청소년이 되는 시점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 때 2차 성징이 나타나기 때문. 
그리고 성인이 되는 시점은 1~2년 사이 정도 되리라.

그렇다면 병아리는 어떤 기준으로 나눌까?
두 달 되었을 때부터 벼슬이 나오기 시작하니 그 때부터 청소년이라 부르면 되지 않을까?
백과사전을 보니 그때부터를 영계라고 한단다. 
다섯 달 이면 성인기로 들어선다. 알을 낳을 수 있으니 말이다.





다음은 권오길 교수가 쓴 글인데, 궁금했던 점을 중심으로 재미있게 구성해서 옮겨 본다.
 
뒷밭에서 수탉 한 마리가 암놈 댓 마리를 거느리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돌렸다 두루 살피며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그러다가 짬만 나면 울대를 한껏 빼고는 연이어 꼬~끼오! 그러고 나면 어느새 다른 집 수탉이 울고… 이렇게 돌림으로 하루 종일 그런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수놈이 암놈을 쪼는 일이 없다. 물론 암놈이 달려드는 일도 결코 없다. 이것이 의초로운 닭의 금실(琴瑟)이다. 동네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닭 한 쌍이 식장 중앙에 떡 하니 버티고 있었으니 그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고모부들이 집에 오는 날에는 의당 장닭 한 마리 죽어나간다. 일종의 닭서리다. 닭 목을 비틀어 놓고는 할머니께, “장모님, 저~어기 닭이 죽었던데요.”하고 사랑채로 내빼신다. 사위는 백년지객(百年之客)이라… 다음 날 아침에 새벽같이 옆집 수탉 놈이 달려와서 우리 집 암탉을 마구 휘몰고 다닌다! 태연하게 따라다니는 우리 암탉이 왜 그리도 미웠던지. 어제 왜 그것들이 돌림노래를 했는지 알겠다. 닭이 우는 것은 영역(territory)을 침범 말라는 경고요, 텃세의 표시다. 그런데 옛날에는 야트막한 우리 초가집, 아래채 지붕 꼭대기 용마루에도 한숨에 날아올라 탁 탁 탁! 두 날개를 세차게 치고는 목을 한 발이나 빼고 한 곡조 뺀다. 그때는 다 닭을 내다 키웠기에 꿩처럼 날개 짓도 잘했다. 흰 박 덩이 몇 개가 들어 누웠고, 고추가 빨갛게 말라가는 지붕 위에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멋지게 우뚝 서 있으니 그 운치라니! 이제는 농촌에서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멋진 한 폭의 그림이었다. 


수닭과 암탉, 볏과 꽁지깃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수탉과 암탉이 다르다. 2차성징(二次性徵)이라는 것으로, 수놈은 덩치가 크고 깃털이 예쁘며, 맨드라미꽃 닭 볏이 크고 꼿꼿하고, 꽁지깃은 길게 활처럼 휘고 다리에 예리한 발톱이 있다. 닭발가락은 앞에 셋, 뒤에 하나가 몸을 지탱하는데 그 끝에는 포유류의 발톱(toe)과 다른 갈고리발톱(claw)이 있다. 그리고 다리아래에 각질(角質)의 뾰족한 돌기가 있어 이를 싸움발톱 또는 며느리발톱이라 하니 수컷은 아주 발달하였지만 암컷은 작게 흔적만 남았다. 그런데 저녁에 닭이 횃대에 올라 몸을 낮춰 쪼그리고 앉으면 다리의 힘줄(腱, tendon)이 발가락을 잡아당겨 저절로 홰를 꽉 붙잡게 되니 깊은 잠이 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구나! 그리고 닭들에 모이를 주면 힘 센 놈이 약한 것들을 쪼면서 다 차지하려 든다. 위계질서(hierarchy), 계급(caste)이 서있으니 이를 ‘pecking order(모이 쪼아 먹는 차례)’라 한다. 한번 정해진 순위는 평생을 가니, 서로 싸움을 피하여 힘을 헛되이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탉의 며느리발톱(싸움발톱)

 

 

알 낳을 시간이 임박하였다. 암놈은 ‘고~고~고~’ 알겯는 소리를 하면서 알자리(처음엔 밑알을 넣어줌) 근방을 맴돈다. 그러다가 둥지에 날아오르고 한참 지나 알을 낳는다. 알 끝을 바닥에 살짝 대면서 알을 낳기에 깨지지 않는다. 달걀이 둥근 공(球) 모양이 아니고 비뚤어진 타원형인 것에는 여러 비밀이 숨겨져 있다. 미안하지만, ‘달걀의 물리학’은 독자들의 몫이다.

 

그런데 알이 스무 남 개 정도 모이면 알 낳기를 멈추고 알 품기를 시작한다. 이것은 우리 토종 씨암탉 이야기다. 양계장의 알내기 닭들은 돌연변이종들이라서 먹이만 잘 주면 쉬지 않고 알만 낳는다. 새끼를 배지 않은 젖소가 젖을 잇달아 쏟아내듯이 말이다. 달걀(‘닭의 알’이 준말로 ‘계란’이란 말보다 훨씬 예쁨)에는 크게 봐서 흰색인 것과 갈색이 있으니 털 색이 흰 닭이 흰 알을 낳고, 갈색인 것은 갈색 알을 낳는다. 알 색도 엄마를 닮는군. 엄마 품은 제2의 자궁이라 하던가.

 

드디어 알을 안는다. 죽음을 마다 않고 시련의 시간을 모질게도 견뎌내는 빛 바랜 어미 닭은 초췌하며 몸이 축나고 털도 빠지고, 파리한 것이 꼴같잖다. 똥을 누기 위해 잠깐 비우는 것 말고는 맨입으로 옹송크려 눌러앉아있다. 모정이 뭐람? 매사 ‘고양이가 쥐를 잡듯, 닭이 알을 품듯’ 최선을 다하라고 타이르는 사유가 여기에 있다.


달걀은 흰색과 갈색이 있다.

 

 

지루하게도 몸부림치며 틀어 안기를 스무 하루, 열매에 씨앗이 들었듯이 달걀에 병아리가 들었었다! 알을 깨는 아픔 없이 새 생명의 탄생은 없다. 둥지 안에서 마침내 피붙이, 새 생명의 소리가 들려온다! 찬연한 설렘이다. 어머님 은혜는 백골난망이로소이다. 줄탁동기(啐啄同機)라, 병아리가 알 속에서 부리로 알을 쪼고 어미도 새끼 소리를 알아듣고 알을 쪼아준다. 병아리의 부리는 약한지라 부리 끝에는 노란 원뿔 모양의 딱딱한 돌기인 난치(卵齒, egg tooth)가 붙어있어 그것으로 껍질을 깬다. 모름지기 서로 동시에 힘을 합쳐야 큰일을 이룬다. 병아리는 두 번 태어나니 곧, 암탉이 알을 낳고, 그 알을 품어 드디어 병아리가 태어난다. 부활절달걀(easter egg)의 의미를 알듯하다!

 

난치로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


‘하늘을 처음 나는 어린 새처럼 땅을 처음 밟는 새싹처럼’ 쪼르르 쫑쫑, 어미 따라다니는 병아리 떼! 갑자기 솔개가 덮치는 날에는 순식간에 어미 품에 들어가 숨는다. 언제나 긴장하여 사납기 짝이 없는 어미 닭이다. 저녁때면 어리를 열어서 싸라기를 흩어주어 안으로 끌어드린다. 밤공기가 추워지면 어느새 어미 가슴팍에서 고개만 쏙쏙 내 밀고 있다. 이렇게 어미가슴에서 자란 병아리라야 나중에 새끼를 잘 돌본다.

 

부란기(incubator)에서 깨인 것들은 새끼를 거천하지 못한다. 사랑도 받아봐야 줄 줄을 안다. 그런데 알을 암길 때 달걀 말고도 오리 알이나 꿩알을 안기기도 하니 그것들이 어미로 알고 따른다. 어미로 각인(刻印)된 암탉이다. 새벽닭이 어찌 제시간을 알고 운담? 닭 몸에 ‘생물시계(biological clock)'가 들어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사람이나 닭이나 어둠에서는 송과샘(松科腺,pineal gland)에서 멜라토닌(melatonin)이 많이 분비하여 잠에 들지만(시차증후나 불면에 이 호르몬을 씀) 동틀 무렵 여린 빛에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서 닭이 잠을 깬다. 이기적인 인간들은 밤늦게까지 닭장에 불을 켜두어서 멜라토닌 분비를 늘려서 산란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달걀은 살아있는 단세포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시시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보나마나 창조론자들은 닭이 먼저고, 진화론자는 달걀이 처음이다. 달걀 하나의 무게는 57그램이 기준이다. 겉의 달걀껍데기와 안에 있는 두 겹의 얇은 알 막과 흰자위까지 합쳐 모두가 세포막에 해당하고, 노른자위(난황)가 세포질이며, 노른자의 양쪽에 알 끈이 붙어있어서 항상 위로 자리를 잡는 배반(胚盤, germinal disc)이 핵에 해당한다. 달걀표면에는 7,000여 개의, 눈에 안 보이는 작은 홈이 그득 있다. 표면적을 넓게 하여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을 원활하게 하자는 것이다. 덧붙이면, 뭉뚝한 쪽에 있는 공기집(그러므로 달걀을 냉장고에 보관 할 때는 뭉툭한 부분이 위로 가게 세움)에는 공기가 들어있고, 양분을 산화하여 에너지를 낸다. 그러므로 오래된 달걀이면 일수록 내용물이 점점 줄어들어 안이 비어 꿀렁인다. 그래서 삶은 달걀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것은 오래된 알이요 잘 까지지 않는 것은 신선한 달걀이다.

 

달걀을 삶은 다음에 너나 할 것 없이 찬물에 식힌다. 왜? 어떤 노른자는 샛노란데 어떤 것은 거무스레한 것이 푸르스름하다. 후자는 달걀노른자에는 들어있는 철분(Fe)과 황(S)이  37℃ 근방에서 황화철(FeS)이 된 탓이다. 결국 찬물은 철과 황의 결합을 막아서 노른자가 제 색을 내게 된다. 어라! 달걀에 화학이 숨어있었구나!?

 

달걀을 깨뜨리면 노른자에 붙어있는 알끈을 볼 수 있다.

 

 

'콜럼버스의 달걀'이야기도 이미 고정관념이다. 달걀도 그냥 세울 수 있다.


 

마지막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와 벗들에게 뻐기고 있었지만 동무들은 퉁명스런 반응을 보인다. 화가 난 콜럼버스는 옆에 있던 달걀 하나를 치켜들어 친구에게 그걸 세워보라 한다. 그가 못 세우자 확 빼앗아 책상 위에 탁! 깨어 세웠으니, 이것이 발상 전환의 예로 드는 ‘콜럼버스의 달걀’이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온 탓에 아무도 달걀을 세워보려 들지 않는다. 달걀은 실제로 잘도 선다. 12시간에 429갠가를 세운 것이 세계기록이다. 믿음과 끈기로, 열 손가락으로 오긋이 감싸 쥐고 세워 볼 것이다. 정신일도 달걀세우기! 오뚝 서있는 달걀에서 더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 무릇 창조는 선입관의 타파에서 비롯한다.

 

 

 

권오길 / 강원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생물의 죽살이>, <꿈꾸는 달팽이>, <인체 기행> 등이 있다. 한국 간행물 윤리상 저작상(2002), 대학민국 과학 문화상(2008) 등을 수상했다.

 

발행일  2009.07.02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corbis

'함께 살아요 > 꼬꼬' 카테고리의 다른 글

4-2마리 탄생 2012.05.17  (0) 2012.05.22
병아리 11마리 탄생 (2011. 5/18~19)  (0) 2011.07.04
탄생 여섯 병아리  (0) 2010.07.26